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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청문회와 과거청문회 (중앙일보 2014년 8월 6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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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08-08 10:50 조회3,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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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 청문회와 과거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2014.08.06 00:39 / 수정 2014.08.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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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우리 사회가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 무덤을 가장 확실히 파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정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사고와 판단에 빠지는 길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경제, 고속성장하는 중국과 무모하게 도전적인 북한…. 대한민국호는 잠시만 미래 방향을 놓치면 곧장 위기에 빠지게 된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역시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 공직 개혁과 국민 안전대책 수립을 포함한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박근혜 2기 정부는 두 번의 총리 후보 낙마 후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고, 장관 후보들 역시 연거푸 낙마하면서 좀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에 그 유명한 르윈스키 사건으로 탄핵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선거에서 미국 국민은 경제적 발전과 국익을 가져온 클린턴의 미래 창조적 정책을 지지하며,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 줬다. 이는 미국인들이 클린턴의 과거보다도 미래를 선택한다는 뜻이었다. 한 사람의 과거도 중요하지만 그가 수행해야 할 창조적 국가경영을 생각한 선진 민주 국민으로서의 현명한 미래 선택이었다. 그들이라고 대통령의 품위를 내팽개치고 집무실에서 불륜행위를 범했으며, 그 이후에도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했던 클린턴에게 분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괘씸하기는 하지만 그의 잘못이 범죄가 아닌 일시적 욕망, 즉 인간으로서 범할 수 있는 실수라 판단하고 클린턴에게 미래를 위한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클린턴은 이후 훌륭한 정책을 통해 미국의 오랜 경기침체를 깨고 경제호황기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답했다.

 두 쌍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있다. 한 쌍은 서로의 과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무엇을 가졌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부모를 가졌는지 꼬치꼬치 조건을 맞춰 혹시나 결혼하면 손해 보지나 않을까 서로 불신한다. 또 다른 한 쌍은 ‘과거는 묻지 마세요’다. 혹시나 알게 된 후 기분 나쁠 수 있는 과거를 굳이 들춰내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이 이렇게 만나서 새로운 가정과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뿌듯한 축복이라 생각하며 밝은 미래를 다짐한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닥칠 수밖에 없는 인생 위기를 만났을 때 상대에게 미래를 위한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부부는 어느 쪽일까?

 청년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전문 창업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다 보면 실패와 성공은 밤과 낮의 순환 발전 과정과 같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 젊은이는 경험과 경륜을 쌓게 된다.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무엇이 주어져야 할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패자부활전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청년창업이 실패하면 대부분은 신용불량이라는 사슬에 묶여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됐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청춘들이 이렇게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풍토에서 희망보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20여 년 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재일동포 모임에서 “정치자금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부산 달동네를 방문한 한 국회의원에게 그곳 주민은 이렇게 당부했다. “의원님! 대통령께 제발 돈을 좀 받으시고 우리 잘살게 좀 해 달라고 하이소!” 서민경제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총리나 장관은 단지 깨끗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다만 고의성과 과실, 이 두 기준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굳어져 버린 정치 청문회는 미래보다 과거를 중요시한다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족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과거의 실패와 과오는 비공개청문회를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청문회는 후보자가 만들어 갈 미래 청사진에 대해 심판하는 지식사회형 청문회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 우리 온 국민이 기대하는 청문회 모습이 아닐까? “중동아시아의 분쟁과 아프리카의 에너지, 그리고 중국의 탐욕과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무엇인가?” 2013년 존 케리 국무장관의 청문회 모습이다. 우리 청문회도 미래 지향적 국제정세를 문답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젊은 남녀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을 과거 조건보다 미래의 행복에 두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청년창업자에겐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패자부활전의 사회풍토를 마련해 가야 한다. 이런 풍요로운 지식경제를 앞장서서 개척해야 하는 게 정치권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청문회부터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보다 앞날의 장밋빛 청사진과 의지를 부추기는 미래형 청문회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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