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희]러시아와 특허동맹을 맺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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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이달 말 러시아 특허대학 총장과 특허청장 일행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특허대학 이반 총장은 대통령 법률 보좌관 출신으로, ‘지식사회 특허 방위군 양성’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명에 따라 임명됐다.

러시아는 첨단 기초분야 연구의 최선봉이었다. 세계 과학자의 4분의 1, 특수 분야 기술자의 2분의 1을 보유한 과학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기초기술을 유럽과 미국이 먼저 상용화함으로써 러시아는 돈을 벌지 못했다. 이를테면 미국의 ‘IPG 포토닉스’는 러시아 기초기술을 상용화해 산업용 고성능 파이버 레이저 및 증폭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모스크바종합대 안에는 서울대의 6배에 달할 만큼 많은 연구소가 있다.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이 연구소를 ‘머리’로 활용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췄다. 이 대학 연구소들은 의료 생명공학, 신소재 분야에서 선진국 250개 기업과 공동으로 특허를 개발 중이다.

러시아의 대학연구소에서 출발한 소프트웨어 기업인 ‘프로그노스’는 관련 특허를 보유한 덕분에 세계적인 기업 3M, 바스프(BASF), 바이엘을 비롯하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단골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특허전쟁에서 자국의 이와 같은 최첨단 기초분야 지식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지식경제를 튼튼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특허대학은 상위 5% 이내 성적의 학생들을 추천받아 선발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부 고위관료들을 위한 단기 중기 과정을 만들어 특허분야의 세계적 안목과 경영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특허전쟁의 방위군 양성이 핵심 목표인 것이다.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수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가 특허소송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벗어나며, 국가 지재권의 총체적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허청을 지식재산청으로 강화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의 지식재산 집행조정관과 같은 대통령직속 핵심조직을 신설하고 정부 고위직 적소에 특허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는 과거 산업혁명 당시 사농공상의 조선조 말과 비슷하다. 노도처럼 거세게 밀려오는 지식혁명시대, 세계 특허출원 1위인 거대 중국과 과연 공존이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가장 현명한 국가전략은 중국이 생산 공장의 거대 몸통이 되고 우리는 지식재산의 머리가 되어 서로 보완적 공존관계를 갖는 길이다. 이를 위한 우리의 특허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존전략은, 러시아의 머리인 첨단 기초연구를 아웃소싱해 특허를 공동 보유함으로써 중국의 머리가 되는 길이다. 이번 러시아 특허 전문가의 한국 방문도 이런 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삼성이 구글과 특허협약으로 애플과의 특허전쟁에 대응하는 것처럼 러시아의 첨단 기초능력과 우리의 탁월한 응용능력을 연합하는 공동특허전략으로 이웃 중국과 일본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특허연합 방위협약을 추진해보면 어떨까.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러시아#특허대학 총장#특허청장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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